늦은 밤 퇴근길, 사무실을 나서며 하루를 마무리 하지만 아직도 무엇은 돌아오지 못했다는 느낌이 가득하곤 한다.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아직 그 곳에 남아있기 때문인걸까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인걸까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공간, 어차피 끝이 없는 업무를 인정하며 내 발걸음은 지하철역을 향한다.
오늘 하루의 피로함에 무거운,
하지만 퇴근길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구로, 그리고 승강장으로 제각기
향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가득하다.
지하철역 한 귀퉁이다.
이제는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공중전화박스에
철거라는 문구가 적혀 부착된 A4지.
조악한 편집상태와 기본폰트의 큼지막한 표지는
출력하는 당사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보여 노동자로서의 동병상련, 씁쓸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
>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
>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 뿐
동전 두 개 20원으로 3분간 통화를 할 수 있었던 시절,
실연당한 남자의 구구절절한 노래가사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관통하는 사랑과 실연의 감정은 그 때와 지금과 같겠지만
추위에 떨며, 줄 서있는 뒷사람 눈치를 보며, 행여나 상대방의 가족이 받지는 않을까 긴장하며 상대방의 집으로 전화하던 그 당시의 애절함과의 무게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지하철 한귀퉁이 다양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흥미가 가득했지만
내일도 또한 아침 일찍 일어나야하기에
금새 피로함이 엄습해옴을 느끼며
나 또한 지하철역 삶의 궤적으로 다시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