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프로젝트
제가 알고 있는 현재 모든 극단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극단입니다.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양종욱, 손상규, 양조아,
그리고 박지혜 연출님으로 구성되어있죠.
이 팀을 제가 정말 사랑하게 된 작품은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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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무대 위에는 의자 네 개 그리고 중앙에 작은 탁자 하나 뿐이다.
세 명의 배우가 나오고 웅웅거리는 소리
그 이후에 배우 한 명이 중앙에서 천장을 올려다본다.
자신의 딸과 아내가 나무에 걸려 죽어있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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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이 연극은 비행기가 추락해서
자신의 딸과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니콜라이의 이야기
자신의 딸과 아내가 죽고 나서 ‘니콜라이’는
이 사건의 경위가 어떻게 된 건지를 물어본다.
항공사 담당자와 대화를 하는데
담당자 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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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 잘 모르겠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말해드릴 수 없다.
너무나도 안타깝다.
라는 말의 반복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났는데
담당자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고
설명하나 못해주면서
질문을 했을 때
> 그런 부분은 답을 해드릴 수 없다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너무나도 분노하고
계속 찾아가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지속적인 물음에서 돌아온 답은
사실 '관제사의 실수'였다.
관제사가 졸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비행기 두 대가 부딪혀서 추락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분명 비행기는 자신의 항로가 정해져 있고
그 항로를 이탈하지 않는다면
그 넓은 하늘에서 비행기 두 대가 부딪힌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
두 비행기의 모든 승객들은 전부 죽었다.
실수라는 말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니콜라이는
자신을 찾아온 담당자에게 모든 화를 퍼붓는다.
> 책임은 누가 지냐
어떻게 해결할 거냐
하지만 거기서 돌아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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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 이건 ‘사고’입니다.
아주 안타까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입니다.
그냥 벌어진 일 인거죠
심지어 그 이후에 또 다시 돌아오는 답은
> 대체 뭘 바라시는 겁니까?
돈을 바라십니까?
그건 저희 쪽 변호사와
이야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원하는 게 무엇이냐
돈이냐
라는 답을 듣게 되고는
니콜라이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
담당자를 돌려보내게 됩니다.
나아지는 상황은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법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고
분노로 가득한 니콜라이는
관제사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나서 하는 인터뷰
> 그 행동을 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니콜라이 주변인
니콜라이의 분노부터 관제사의 살해까지
몇 명의 사람이 니콜라이를 만납니다.
니콜라이의 처제는
니콜라이보다 훨씬 더 슬퍼합니다.
훨씬 더 분노합니다.
훨씬 더 안타까워하고
고통스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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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그래서 니콜라이는 처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 일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니콜라이가 처제를 위로합니다.
니콜라이와 같은 일은 당한 부모는
니콜라이에게 이야기합니다.
> 이해한다고.
나도 슬프다고
그런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냐고.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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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이 말들이 니콜라이에게는 아주 극심한 분노를 만들게 됩니다.
> 이해할 수 없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책임지게 만들 거고.
계속 이렇게 살 거라고
반드시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야한다고.
있어야만 한다고.
있게 만들 거라고.
연출 노트
누군가가 너무나도 힘들어할 때
그 고통이 너무나도 큰 고통이어서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들 정도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뭘 할 수 있는지
신경심리학자의 글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1. 안전한 공간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
친절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이거나 심각한 부상으로부터
가능한 위험을 당한 현장에서 벗어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
극심한 슬픔이나 공황상태를 알리는 신체적 증상,
예를 들어 몸을 떨거나 쉽게 분노하거나
말하기를 거절하거나 크게 소리 내서 울거나 격분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안정될 때까지
함께 곁에 있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 분들이 안전하며 공감 받고 지지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드려야 합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재확인이 중요합니다. -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그 상황이 조절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이가 만약 이 다섯 가지 중의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말,
사랑하는 가족을 갖고 싶다는 그의 말이
‘무력한 행동’에서 나온 텅 빈 공허함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감상글
이 공연을 본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근데 아직도 그 강렬함을 잊을 수 없어서
어떤 공연을 제일 재밌게 봤냐고 했을 때
자주 제 입에서 나오는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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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무대가 있고 원형으로 둘러싸고있는 구조입니다.
이 공연을 보고 있으면
내가 방관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공연을 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내가 죄를 짓고 있는 느낌
앞에 니콜라이를 나도 내버려두었구나.
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이런 감정이 든 이유는 아마도
실제로 삶에 있어 방관자의 느낌이 많아서 일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구나.
못하는구나.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힘든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내 말이 위로가 될까
상대를 생각하지 못하고 실언을 하지 않을까
이때 신경심리학자님의 방법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으로 공감과 지지를 줘야한다고.
그리고 한번이 아닌 지속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