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ngvely November. 23. 2018. |
「 공 기 식 당 」
| Japanese Restaura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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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식당의 한 상 차림
통인 시장을 찾았던 날.
상인들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시장통이었는데 옆으로 난 샛길에 들어서니 갑자기 한적한 골목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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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길 한 구석에 자리잡은 식당 하나.
공기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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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작고 무심한 모양새가 그 이름에 무척이나 걸맞는 식당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작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 가게 앞에 앉아 있어서 식당인 줄 몰랐다. 커튼이 내려져 있어서 내부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잘 보니 문 앞 빠알간 입간판에 오늘의 메뉴가 적혀 있었다. 버터 치킨 카레와 어니언 포크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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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촐한 메뉴인데도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사람들이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이 작아 과연 우리까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온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서촌 맛집’이라는 해쉬태그를 달고 여기 저기 얼굴을 내민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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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색 조명이 켜지고, 닫혀있던 커튼이 열리며 빛이 새어나왔다. 큰 유리창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 풍경의 변화는 마치 무대 위의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줄 맨 끝에 있던 우리에게도 자리는 허락되었고, 작은 장난감 집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공기 식당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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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식당 안이 무대같았는데, 식당 안에서 보니 다시 바깥풍경이 하나의 장면으로 보인다. 정사각형 유리창이 주는 프레임의 느낌이 독특했다.
식당 안에는 짙은 갈색의 작은 나무 테이블이 대여섯 개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볼 수 있는 크기의 테이블 4개, 4인 가족이 겨우 앉을만한 테이블이 하나, 벽을 보고 앉아야 하는 길쭉한 테이블이 입구 옆에 한 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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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문 옆에 행거가 있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주인의 옷가지와 가방인 것 같았다. 보통은 식당 내부에 일하는 분들의 물건도 보관하고, 잠시 쉬기도 하는 공간이 있을테지만 이 곳은 워낙에 좁은 한 칸 짜리 식당이라 저렇게 두었나보다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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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내 풀풀 풍기던 경고.
>
> 정.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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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공간인만큼 조금만 소리가 커져도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될 터였다. 다행히 저 경고는 우리가 식사를 마치기 거의 직전까지 잘 지켜졌다.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들어온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네 명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
> 한 테이블에서 나오는 소리가 커지니 그 옆테이블의 사람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게 되어 순식간에 공기 식당 안은 시장통이 되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식사를 마치게 되어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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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자리 바로 위에 걸려있던 코끼리 커튼. 부엌을 가려주고, 경계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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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앉은 자리는 부엌 바로 옆에 붙어있는 테이블이었다. 수저통 바로 옆에 일하는 두 분의 칫솔통이 보여 또 한 번 이 식당에 숨겨진 공간같은 건 없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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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좋게 놓여 있는 칫솔통.
> 그리고 식당에서 판매하는 커리 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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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억지로 부엌을 비집고 들어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그냥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풍경.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오픈 키친.
너무나 가깝고, 적나라하게 보여서 일부러 보는 게 아닌데도 뭔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분들도 익숙한지 저 안에서 스윽하고 메뉴판을 주기도 하고, 큰 신경은 쓰지 않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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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촐한 부엌에 걸맞는 소박한 메뉴판.
> 매일 메뉴가 조금씩 다른 듯 하다. 뭔가 오늘 아침 급히 적어온 것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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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터치킨 카레와 어니언 포크 카레 모두 만원. 사이드 메뉴였던 치킨 난반은 4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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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메뉴를 모두 주문한 뒤 난 가장 먼저 식기류를 살폈다. 미식가가 아닌 나에게는 사실 음식의 맛보다는 청결함이나 식당의 분위기가 더 중요한 편이다. 공기식당의 편안함과 함께 나를 기쁘게 했던 한 가지는 바로 깨끗함이었다. 세제 냄새 없이 반짝거리는 스푼. 물비린내 없이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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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쯤 기다렸을까. 내 메뉴와 사이드 메뉴가 먼저 나왔다.
버터 치킨 카레와 치킨 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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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치킨 카레는 닭다리살과 캐슈넛 퓨레, 토마토, 버터를 넣어 만든 북인도식 카레라고 한다. 반숙 달걀 프라이가 밥을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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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난반은 닭다리살 튀김에 타르타르 소스, 난반즈 소스를 함께 올려 나왔다. 일본 미야자키 현의 명물 요리라고 한다.
촉촉한 닭튀김을 짭쪼롬한 소스에 푹 찍어 먹으니 맥주가 절로 생각났다. 바삭한 한국 치킨과는 달리 치킨도, 소스도 느끼하기 직전까지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느껴졌다. 많이는 먹지 못할 듯 하여 사이드 메뉴로 딱이었다. 식사를 마친 햇님군은 카레보다도 치킨 난반을 더욱 마음에 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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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햇님군이 주문했던 어니언 포크 카레. 보기에는 나의 카레와 크게 다를 점이 없어 보인다. 역시 밥 위에는 서니 사이드 업 이불이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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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주며 식당 주인은 한 번에 다 비비지 말고, 조금씩 비벼 먹으라고 했다. 메뉴판에도 또 적혀 있는 걸 보면 꼭 지켜야 할 것만 같아 나는 말 잘 듣는 착한 손님이 되어 조금씩 카레를 비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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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안 듣는 손님, 햇님군은 카레를 사정없이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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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가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향신료의 향과 중간 중간에 씹히는 고기. 계란의 고소함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보니 밥을 담았던 접시가 저렇게 예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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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았다’ 라고 해놓고 너무 싹삭 먹어서 창피하다.
'맛있었다’로 수정요망. :o
> 잘 보면 접시 위치가 또 바껴 있음. 햇님군이 내가 남긴 카레를 또 다 먹었다. 내가 자란 우리집은 다섯 가족이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했다. 언제나 몇 조각이 남았었다. 우리 가족이 소식하는 편이라는 생각은 가끔 했지만 대식하는 햇님군을 만나고 나서는 완전히 충격 그 자체였다.
>
> 그리고 햇님군과 함께한 지 7년.
> 이제는 나 혼자서도 교촌 소이 살살 한 마리 정도는 먹을만큼 양이 늘었다…..
> 햇님군을 소식으로 바꾸는 것보다 내가 대식가가 되는 게 훨씬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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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된 듯 어두웠다. 손님은 끊임없이 채워졌고, 그들의 소란스러움이 불편해질 때 쯤 적당한 타이밍에 문을 나섰다. 문으로 버터향 섞인 카레 향기가 따뜻한 조명과 함께 흘러나왔다. 집에서 만든 카레 한 공기를 잘 먹고 나온 것 같이 배가 불렀고, 발과 마음은 공기처럼 가볍고 따뜻했다. 이래서 공기 식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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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
공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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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효자동 필운대로6길 20-18
[서촌 식당]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공기 식당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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