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쿨하지 못하다. 관계를 끊어내는 것에 서툴다. 어제 혼자 맥주를 홀짝이며 내가 끊어내고 싶은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나 또한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땐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두 감정이 들어차 고통 속에 헤엄치는 법을 잊지 아니했던가. 그 때 나에게 주위를 둘러볼 틈이 있었던가. 나는 내 가시가 누구를 어떻게 찔렀는지 누가 나를 잡아주고 안아주고 도왔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사과 또는 감사의 표시를 제대로 했는가. 나도 이렇게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데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는가.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뭍에 돌아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노력하면 할수록 나의 한계와 바닥을 마주하게 되고 나의 무력함에 슬퍼진다. 나는 누군가를 돕는 흉내만 낼 뿐,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현실이 너무 아파서 출근길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의 노력들은 전혀 닿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던진 조약돌들은 상대방의 마음에 잠시 파문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흔적도 없이 잦아든 것 같다.
외면하고 무시하고 신경을 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일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내가 개인정보를 흘렸다는 의심을 받은 순간부터 이건 내 일이 되어버린걸까. 그 전까진 나와 정말 아무 상관도 없었던 일이 내가 억울함을 느낀 순간부터 상관이 있어진걸까. 내가 양 쪽의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하게 지낸 것이 마치 죄라도 된 것같다.
하루 12시간을 화면 앞에서 보내고도 다음날의 반나절을 또 화면 앞에서 보내고, 그 다음날도 여러시간을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나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힘드니 그만 하라고 앓는 소리들을 하면서도 결국 내가 끊어내지 못하고 끌어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불안함을 느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차단을 누르고 말았다. 비표시가 아니라 차단말이다.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제서야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며칠째 회사에서 계속 피곤한 모습을 보이며 집중을 하지 못했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울상이고 퀭하고 엉망이었다. 어제는 일찍 잘거라고 결심했지만 결국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이러다 병이 재발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르자, 두 눈을 질끈 감고 차단을 결행했다. 얼마 되지 않는 차단리스트에 한 사람이 늘어났다.
마지막 내 메세지들은 너무나도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닿을 곳 없이 허무하게 사라질 누군가의 목소리가 안쓰러워 마음 언저리가 불편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아니, 너는 그럴만한 힘이 없어. 이제 그만 인정하고 포기하라구.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미 나는 너무 많은 신경을 써버려서 한시간 늦은 출근을 한다.
나 자신의 아픔도 가능한 외면하고 사는데 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아파하는 게 웃기다.
오늘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즐겁게 보낼 것이다.
내일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