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해질 녘 해가 참 길어졌다 생각했는데, 엄마와의 통화에서 엄마가 오늘이 낮이 제일 긴 날이라고.. 오늘부터 조금씩 줄어든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제가 하지였다. 이런 절기를 알아가는게 재밌고 신비롭다.
6월 중순을 넘어서 한 해의 반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매우 덥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아직 해가 강할 때가 있지만 바람도 불고 녹음도 짙어가고 적절히 과일이 잘 익어가듯 여름이 잘 익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은 어슴프레한 새벽 녘 풍경이 아름답다.
길 건너 저 쪽 편의점은 밤 새하는 건지 상점에 불이 켜져있고... 다른 곳은 가로등 불만이 비추이고 하늘은 검푸른 바탕에 동쪽하늘 산 언덕이 붉어온다. 장대한 오늘이 입장 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어제는 고구마와 오이지무침으로 간단히 속을 채우고 들어와 자기전 체조로 몸도 좀 풀고 명상과 휴식 시간을 갖었다. 온전히 내 몸과 호흡에 집중 할 순 없었지만... 어느 새 몸은 달궈지고 호흡은 가지런히 편해진다.
"아프다는 건 뭘까..."
"나라는 건 뭘까" 라는 원초적 질문이 맴돈다.
오늘 따라 가슴 가운데 부분이 누가 움켜줜 듯한 그 느낌으로 도드라져 느껴진다.
지난 주부터 다시 찾아온 불편함과 통증에 나의 병과 나의 상태를 다시 의식하게 된다. 다시금 느슨해진 몸과 마음에 살짝 긴장이 감돌면서.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뭘 쓰고, 어떤 환경에 있는지 의식하고 분별을 갖지 않으면 많은 공해 속에 강한 화학제품들과 세제들 속에.. 음식이 아닌 음식들 속에서 병들고 나를 잃어 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과 나의 영혼은 어떤지...
어제는 그저 의식으로 아픈 그 곳을 바라보다 두손으로 감싸며... 알 수는 없지만, 이 묶인 듯한 응어리가 스스로 눈 녹듯이 풀리리라 생각하며 감사드렸다.
내 방 화장대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자리 옆에 앉은 키 만한 새 친구가 와 있다.
" 잘 잤니? "
어제 언니 안경찾으러 갔다가 큰 언니가 옆 가게에서 떡갈 나무를 데려왔다. 가지는 거칠지만 잎은 넓고 둥근 모양이 다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간 노래를 불렀던 테이블 야자와 홍콩야자도 데려와 지금은 사용 안 하고 있는 더치메이커 비이커에 돌이랑 조개도 깔고 뿌리를 털어 물에 넣어주었다. 남은 흙들은 흙이 모자른 다른 친구들에게 뿌려주고 소꿉놀이를 하듯 화분을 만들어가는 게 참 재미있었다. 여행을 가서 바닷가에 돌이랑 조개랑 바다 노래를 품은 소라랑 더 주워와야지 생각하며 재미를 더했다.
" 난 어제 체조 덕분인지 아주 푹 잘 잤어.. 오늘은 꿈을 꿨는지 뒤척였는지 생각도 안나고 깊이 잠든 이 기분이 개운하고 좋아"
떡갈 나무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병이라는게 뭘까...
나란 뭘까... 계속되는 질문..
병이 난다.
아프다.
몸이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마음과 생각하는 곳은 확실히 다른 곳인거 같다. 아픈 건 뭘까..
아픔을 느낀다. 고통을 느낀다.. 어떤 감각을 느끼는 것 뿐인데,
병이라는 것은 아픔을 못 느끼다가 식물의 어느 한 쪽이 말라간다거나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병들어 가는 죽어가는 수가 있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
기능이 고장나는 것? 기계가 고장나듯...
몸에 병이 생겼다는 것은... 내 몸을 잘 알지 못하여 잘 못써서 생기는 것, 내 마음을 잘 모르고 마음을 잘 못 써서 병이 생기는 것인가.
기계를 잘 몰라
막 쓰거나,
너무 쓰거나,
오래 쓰거나...
던져 버리거나 이럴때 고장나는 것처럼.
나를 잘 아는게 무엇이건 어디서든 첫걸음이구나...
나의 몸과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살피고 배워가는 것이 인생의 첫걸음이다.
그러고 보니 걸음마를 막 떼려는 다시 태어난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잉크가 잘 안나와서 물을 적셔 휴지에 닦아 쓰고 있었는데 휴지에 퍼진 잉크가 작은 수묵화 같다. 티백을 우려 옆에 놓았는데 물이 번져... 잉크가 퍼져나간다. 검은 잉크에 저런 붉고 노란...노을 빛이 있을 줄이야.
어둠 속에서 동이 터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참 매력적이다.
검은 색도
어둠도
병도
아픔도...